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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게서 우유를 짜고, 그 우유를 팔아서 달걀을 사고, 달걀을 부화시켜서 닭을 키우고, 그 닭을 팔아서 돼지를 사고, 돼지가 낳은 새끼를 키워서 판 다음 소를 사고......" (263페이지)
인간이 무언가를 한다면 이 행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매우 이롭게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그 행동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인간과 환경을 해롭게 할 수도 있다. 수개월 전,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벌어진 실명 사고가 떠오른다. 부품 제조 작업을 할 때 환기 시설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화학 수업에서 자주 들어 보았을 법한 메탄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일어난 실명 사고였다. 휴대폰을 만드는 과정은 인간이 창조해낸 너무나도 예술적인 프로세스이고, 최종 결과물은 인간의 삶을 끝없이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훌륭한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흔하지는 않지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자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과 세상, 환경이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용어는 직업 상 나름 익숙한 편이다. 보통 녹색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의 보존을 위한 기술들을 총칭하여 "지속 가능한 기술"이라 한다. 이 책은 여기에 "적정기술"이라는 한 가지 용어를 더 정의한다. 어떤 과학적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여 디자인한 기술이다. 적정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통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디자인한 기술은 주위 환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태양전지, 흙으로 만든 집, 정수 장치, 외진 마을의 지도 그리기 등, 학계와 산업계가 바라보는 지속 가능한 기술과는 다소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 흥미를 끌었다. 무엇보다,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의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파악하여 그들에게 적절한 기술을 설계한다는 것에서 우리가 가진 과학과 공학 지식이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이라 하더라고 재창조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기술을 주고만 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하여 기술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쓸 수 있게 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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